과자까지 파고든 ‘성차별’ 마케팅

이유진·김원진 기자

‘죠리퐁’ 캐릭터 숟가락 놀이, 여아는 ‘네일아트’ 남아는 ‘가위손’ 권해

과자까지 파고든 ‘성차별’ 마케팅

평소 과자를 즐겨먹는 대학생 김나영씨(25)는 지난 6일 집 근처 마트에서 크라운제과 ‘죠리퐁’을 집어들었다가 포장지 뒷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죠리퐁’ 포장지 뒷면에는 캐릭터 숟가락을 이용한 놀이 방법이 나와 있다. 여자 아이들에겐 네일아트, 남자 아이들에겐 가위손 흉내를 권하는 고정된 성 역할을 주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과자 포장에서조차 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성 역할을 아이들에게 은연중에 주입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 비하나 성차별적 내용이 담긴 기업 마케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성 차별 TV 광고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TV광고 모니터링 보고서-젠더에 관한 고정관념 그리고 차별’을 내면서 정부, 방송사, 기업, 광고업자들에게 정책제언을 했지만 이후에도 성차별 광고 논란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비씨카드는 지난 3월 대만 음료업체 ‘공차’를 광고하면서 비씨페이(BC Pay)로 결제하면 할인을 받을수 있다는 내용의 만화광고를 공개했다. 만화 속 여성이 “공차 가기 전에 비씨페이 등록해야겠네”라고 말하자 뒤에 서 있던 남성은 “어차피 계산은 내가 하는데…”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여성비하 논란이 일자 비씨카드 측은 “해당 광고는 (주) 공차코리아의 공식적인 입장과 관련이 없으며 당사에서 작성한 후 진행했다”며 광고를 내렸다.

한편 공차도 2013년에 ‘영화용 친구, 식사용 오빠, 수다용 동생, 쇼핑용 친구, 음주용 오빠! 어장관리? 아니 메시급 멀티 플레이!’라는 문구의 지하철 광고를 냈다가 항의 여론에 광고를 폐기했다.

지난 4월에는 공유경제 앱 ‘쏘시오’의 영상 광고가 논란이 됐다. 광고 영상에는 스포츠카를 탄 남녀 한 쌍이 지나가자 한 남성이 부러워한다. 이때 배우 김혜자씨(75)가 등장해 “사는 거 힘들지? 쏘시오 해~”라고 말한다. 잠시 후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스포츠카를 빌린 남성이 다시 등장하고 옆자리에는 지나쳐간 스포츠카에 타고 있던 여성이 앉아 있다. 광고가 공개되자 “여성과 슈퍼카가 남성 가치를 높이는 장신구냐”는 거부 반응이 일었다.

제품 이름에 성 고정관념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에스앤푸드의 ‘생채움’은 지난해 7월 ‘부드러운여자두부’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에스앤푸드는 여성들이 다이어트할 때 두부를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지은 이름이라 밝혔다. 그러나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데 굳이 ‘여자’라는 단어가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 “성희롱으로 느껴진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기업들이 성차별을 유머 코드로 삼아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러한 마케팅이 지속되면 성차별 문제가 사소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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