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과감해진 대학가 ‘성담론’

노도현 기자

섹스·성기 서슴없이 표현

정체성 찾기 논의 등 활발

성소수자·여성혐오 이슈도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에 ‘ㅅㅅ파티’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사진)이 걸렸다. 제목 아래에는 ‘나의 섹스(gender)는 누구의 것인가’라고 쓰여 있었다.

더 과감해진 대학가 ‘성담론’

고려대 성소수자 동아리인 ‘사람과 사람’,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회, 동아리연합회 ‘모람’ 등은 성 정체성 관련 세미나인 ‘ㅅㅅ파티’를 홍보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ㅅㅅ’은 섹스를 의미한다.

최근 대학 내에서 성에 대한 개방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8일 오후 열린 ‘ㅅㅅ파티’ 세미나에서 학생들은 성행위를 의미하는 ‘섹스’가 아닌 성 정체성에 관한 ‘섹스’에 주목했다. 이들은 ‘인간 정체성’ ‘젠더 정치성’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예원 ‘모람’ 부회장은 “‘젠더’라는 사회 규범 아래 성소수자는 끊임없이 차별받았고, 여성은 주체성을 박탈당했다”며 “이분법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근본적으로 논의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숙명여대 여성학 동아리 S.F.A는 축제 기간에 ‘읍읍 좀 보지?’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동아리 측은 “자신의 가슴과 성기를 그려 보내주세요. 추첨을 통해 선물을 드립니다”라고 홍보했다. 또 동아리 측은 행사 취지를 설명하는 글을 통해 “여성들은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매체를 통해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습득하고, 그 이미지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의 몸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여성으로서 우리 자신의 몸을 직접 드러내고 나누는 축제의 장을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표현 방식을 놓고는 이견이 있다. 실제로 고려대와 숙명여대에서 열린 행사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취지는 이해하나 꼭 섹스(보지)와 같은 단어를 써야 했느냐”고 비판했다. ‘ㅅㅅ파티’ 현수막이 설치된 후 고려대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에는 “이런 게 학생회관에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눈에 띄고 재미있다” “섹스에 대해 담론을 나눠보겠다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캠퍼스 내 자유로운 성 관련 표현들의 등장은 폐쇄적인 기존의 성 인식을 바꾸기 위한 긍정적인 시도로 풀이된다. 이진옥 젠더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과거부터 이런 움직임은 계속 있어왔지만 최근 젠더에 대한 갈구를 해소하려 하는 움직임이 더 많아졌다”며 “이는 성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변혁의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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