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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1] (오마이뉴스)'악플세례' 이수정, 이런 여성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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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11-30 12:31 조회6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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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세례' 이수정, 이런 여성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
[주장] '국민의힘 결합' 이수정 교수에 쏟아진 "정치할거냐" 질문들, 전제부터 틀렸다
 
지난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2020년만큼 악플을 많이 받아본 적은 제 인생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여러 정당과 수없이 많은 교류와 활동을 해왔던 이수정 교수는 무슨 일로 갑자기 악플을 받게 된 것일까?
 
올해 성폭력 범죄와 직접 연관된 사안이 아닌 일로 이수정 교수가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경우는 두 번이다. 한 번은 지난 7월에 미래통합당(현재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 참여한 것이고, 다른 한 번은 최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에 참여한 것이다.
 
전자의 일이 일어났을 때 이수정 교수는 <한국일보> 등 여러 언론을 통해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후자의 일이 일어났을 때도 이수정 교수는 <노컷뉴스> 등을 통해 "어차피 나는 선출직에 나가지 않을 거"라며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수정 교수의 말을 믿기보다는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만약 그가 다른 정당을 선택했다면 달랐을까
 
관련해 우선 드는 질문은 '만약 이수정 교수가 국민의힘 정당이 아니라 다른 정당을 택했다면, 이런 질문을 받지 않았을까?'다. 이에 대한 개인적 답은 '아니다'이다. 그가 다른 당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동일한 질문과 의심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으리라는 것이다.
 
여성들, 특히 이 교수처럼 한국 사회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진 여성들이 특정 정당과 연결되면 다른 정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까지도 그 여성의 선택에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며 당사자에게 순수성을 증명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이 교수가 현 여당 지지자들에게 '정치할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면, 한국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나 지속해서 검찰개혁을 요구해온 임은정 검사는 현 야당 지지자들에게 같은 의심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반면 남성들은 이런 의심이나 비난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교수, 변호사, 검사, 판사, 의사, 기업인 등 정치권 밖 남성들이 특정 정당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해서 비난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성에게 왜 그 정당을 선택했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지 않으며, 당사자가 유명하면 할수록 그 유명한 당사자를 자당으로 끌어오지 않은 정당 지도부를 질책한다. 하지만 이 교수와 관련해서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 그런 요구나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이수정 교수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설령 정치적 의도가 있는 정치적 행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왜 문제가 돼야 할까? 왜 이 교수는 정치적 의도와 행보를 보이면 안 되는 것일까?
 
'정치할 거냐'란 질문, 왜 여성에만 더 몰리나
 
"정치할 뜻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의문)은, 실은 질문이기보다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압력과 다르지 않다. 이런 질문은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주로 제기된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압력 행사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이 교수에게 정치할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는 이 교수가 여성이기 때문이며, 여성인 그에게 '정치하지 말아라, 정치권 밖에 남아 있으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성과 다르게 여성들에게 정치하지 말라는 압력이 가능한 것은 정치가 여전히 남성의 영역이자 남성이 해야 하는 것으로 가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참정권(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남성보다 늦게 헌법적으로 보장됐다는 사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여전히 남성보다 낮다는 사실은 정치가 여전히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런데 남성이 정치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듯이 여성이 정치를 '하지 못할 이유' 또한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정치권 밖에 있던 남성이 정당에서 역할을 맡고, 그 역할을 통해 정치인이 되고 공천을 받고 의원이 된다고 해서 비난받지 않듯이 이 교수가 그와 비슷한 길을 간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이 교수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으로 간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책임은 이 교수가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지도부에게 물을 일이다.
정치권 밖에 있던 인사가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그 인사가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너무나도 다르게 나타나는 반응들은 한국 정치가 얼마나 남성 중심의 성별화된 구조와 인식 속에 갇혀 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여성은 남성의 승인을 받아야만 정치에 진입할 수 있으며, 정치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비정치적일 것'을 끊임없이 요구받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여성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하는 동시에 여성에게 비정치적일 것을 요구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이러한 모순들을 깨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은 더 '정치적'인 인간이 되고, 현실정치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법안 발의, 시작일 뿐... 국민의힘 의원들, 의지 있나 
 
한편 성폭력 범죄 사건에 있어 이수정 교수는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이며,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수사와 정책에 있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만큼 권위를 갖고 있다. 이러한 그녀가 국민의힘의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이끌어낸 성과는 '스토킹범죄처벌법'과 '조두순 보호수용법'을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 발의는 성과라기보단 시작에 불과하다. 법의 제·개정은 국회의원만이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 교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많지 않다. 또한, 20여 년 전부터 요구된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지금까지도 제정되지 않은 데에는, 국회의원들이 그 법을 제정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던 탓도 있다. 따라서 이번에 국민의힘이 발의한 두 법안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의원들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러한 태도를 보여준다면, 이수정 교수가 국민의힘의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참여한 것 또한 유의미해질 것이다.
 
국회의 법안 통과는 여야 간 합의에 기초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정당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다른 정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 교수가 국민의힘을 통해 발의한 '스토킹범죄처벌법'과 '조두순 보호수용법'이 통과되기를 원한다면, 여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들이 이 법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이 교수 또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진정 '성평등' 원한다면... 이수정같은 여성들 더 나와야
 
이수정 교수가 국민의힘의 '경선준비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 그 영향력은 기대하는 것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이 교수가 역할을 하기로 한 경선준비위원회는 실제 후보공천이 아니라 말 그대로 '경선을 준비하는' 위원회다. 따라서 이 위원회의 역할은 경선 때 후보평가 기준이나 절차를 마련하는 것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간 각 정당의 경선 후보평가에 성평등 관점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았고, 성평등 관련 활동도 평가항목으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성평등한 후보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절대 적지 않은 수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이러한 행보는 다른 정당들에게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즉 국민의힘이 나서면, 다른 정당들 또한 내년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선출하는 데 있어 성평등 인식과 자질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러한 후보를 공천할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들 또한 성평등 관점에서 후보를 평가하고 선택하도록 이끌 수 있다.
 
따라서 성평등 관점에서 정책과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후보와 광역자치단체장을 원한다면, 이 교수가 국민의힘에 간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국민의힘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힘이 성평등한 후보를 공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그 의지가 지켜질 수 있도록 감시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외부의 힘 또한 필요하다.
 
"정치하려는 거 아냐?"란 질문을 받는 여성들 다수는, 이 교수와 마찬가지로 "정치할 생각이 없다"는 말로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반응과 태도는 정치적 의도를 묻는 말만큼이나 현실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여성들로 하여금 '정치적 야망(political ambition)'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며, 여성의 정치참여와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막는 장벽으로 작동한다.
 
법에 따라 지배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때, 입법권을 가진 의회정치에 참여해 법을 바꾸는 것만큼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빠른 방법은 없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이 의회정치에 참여할수록 그 시간은 더욱 단축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기보다는,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더 정치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원문보기: http://omn.kr/1pt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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