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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9] (한겨레) [아침햇발] 황교안 대표가 이런 SNS를 올리는 날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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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1-03 11:04 조회9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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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황교안 대표가 이런 SNS를 올리는 날 / 김영희

 

김영희 ㅣ 논설위원 여성 5명이 등장한 트위터 하나가 지난주 세계를 달궜다. 핀란드 총리가 된 34살 사민당의 산나 마린과 중앙당·녹색당·좌파동맹·스웨덴인민당 대표가 나란히 소개된 게시물이다. 다섯 중 넷이 30대인 것도 신선한 ‘충격’이지만 내가 ‘꽂힌’ 이유는 따로 있다. 올린 이가 보수야당인 국민연합당 소속 전직 남성 총리라는 점이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전 총리는 “이번 연정에 우리 당은 함께하지 않지만, 정부 내 다섯 정당 리더가 모두 여성인 사실이 크게 기쁘다. 핀란드가 모던하고 혁신적인 나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썼다.

1906년 세계 최초로 여성 피선거권을 도입한 역사,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정규직 취업률에 직장인 3분의 1이 여성 상사를 둔 사회, 개방형 명부제를 운영하지만 100% 권역별 비례대표로 의원을 뽑는 선거제, 15살부터 정당 청년조직 가입이 가능한 정치문화, 정치토론을 권장하는 교육 등등. 핀란드의 성평등 정치 요인(서현수, <핀란드의 의회, 시민, 민주주의> 참조)을 살피다 보면 아득한 거리부터 느껴진다. 무엇보다 스투브가 보여준 인식 자체가 그렇다. 선거법 개혁이 ‘좌파독재’라며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든 자유한국당 지지자들 영상을 보다가 엉뚱한 상상을 했다. 황교안 대표가 상대 당 여성정치인들을 꼽으며 이런 페이스북을 올리는 날이 온다면?
우리에게 역사가 없는 건 아니다. “서서 오줌 누는 사람들이 어떻게 앉아서 오줌 누는 사람 결재를 받나.” 보궐선거로 1대 국회 유일한 여성 의원이 됐던 임영신은 상공부 장관 시절 결재를 거부하는 남성 직원들에게 “싫으면 사표를 내라”고 맞섰다. 1990년대 내가 받은 60일간 유급 출산휴가는 2대 여성 의원인 박순천의 1952년 법안 덕이다. ‘유급’은 한국이 세계 최초였다. 우리에게 제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의원정수 증가에 ‘명분’으로만 이용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2004년 남녀 50% 비례 후보 의무화가 가져온 변화를 부인할 순 없다. 20대 여성 의원 비율은 17%로 193개국 중 121위지만 지역구 여성이 비례를 처음 추월했다. 적정 여성의원 비율을 묻는 질문에 남성 의원 절반이 30%대, 32%는 남녀 동수나 40%대라고 답한 조사(신기영·2017)도 있다.

 

그런데 막상 단숨에 임계량(크리티컬 매스)까지 끌어올릴 ‘지역구 30% 여성 의무할당’ 논의로 들어가면 ‘남성 역차별’ 벽에 막힌다. 여성 의원이 꼭 여성의 이익을 대표하느냐는 질문도 제기된다. 나 또한 막말 논란만 일으키는 이들을 보며 품격 있는, 특히 보수 여성 정치인을 갈망해왔다. 하지만 이런 ‘명예남성’식 생존경쟁 뒤엔 여성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과 남성·양당 중심의 낡은 공천 시스템이 있음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지역구 의무할당만이 정답이란 말은 아니다. 나라마다 경로는 다양할 수 있다. 프랑스는 위헌 논란 끝에 헌법을 개정하고서야 선거법에 ‘선출직 남녀 동수’를 규정했다. 그래도 지역구엔 벌칙조항이 약해 하원의 변화가 다른 부분에 비해 더뎠다. 반면 최근 수년간 가장 여성의원 비율이 급상승한 멕시코는 여성을 당선가능성 낮은 곳에 집중공천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지역구를 우세·경쟁·열세로 나눠 각각 할당 비율을 정했다.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 전통이 강한 영국은 ‘남성 의원이 은퇴하는 지역구 및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의 위원장 50%를 여성에 할당’하는 노동당 당규로 변화가 가속화됐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남성 노조 중심의 노동당이 여성 지지를 잃어가는 선거 결과를 거듭 접하며 바뀌었고 다른 정당으로 번졌다. 역차별 논란에 맞서 여성 할당이 남성 개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정치의 공공성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성균형 의회’에 대한 의지와 인식이다. 선거 개혁 때마다 인구나 지역 대표성 논란은 거셌지만 젠더나 집단 대표성은 늘 뒷전이었다. 미흡한 점이 많지만 연동형 도입은 남성·양당 중심의 구도를 균열시킬 시작이 될 수 있다. 최근 ‘여성·청년 가산점’을 경쟁하듯 내놓는 거대 정당들에도 마케팅이 아닌 실질적 성평등 공천을 강제하는 건 결국 유권자, 특히 젊은 여성들의 힘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혜화역 거리뿐 아니라, 국회 안에 여성과 청년이 크리티컬 매스를 차지할 때 변화가 시작됨을 기억하길. 하나라도 더 출마자로 유권자로 나서는 21대 총선이 되길. 그럴 때, 남녀, 진보·보수 관계없이 여성 정치 강화가 혁신이라 자랑하는 그날이 머나먼 꿈만은 아니다.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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