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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3] (한국일보) 핀란드 ‘34세 여성총리’ 탄생 할 때… 한국 정치는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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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1-03 11:03 조회8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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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34세 여성총리’ 탄생 할 때… 한국 정치는 늙어간다

 핀란드 마린 총리 선출에 전세계 관심… 내각 19명 중 여성 12명 발탁 
 한국 현직 장관 평균연령 60.6세, 이낙연 총리 후임 거론 4명은 69.5세 
 한국 정치권 자체가 '그때 그 사람들'로 남성 노·장년 일색 
 

“이따위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가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 흘렀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이 한창인 시간이었다. ‘후퇴 없는 선거제도 개정안 즉각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등으로 구성된 연대단체는 한국 정치의 독점적이고도 노회한 시스템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회견문의 첫 머리를 장식한 것은 나흘 전 핀란드에서 전해진 빅뉴스였다. 8일 핀란드에선 여성 의원 출신인 산나 마린이 핀란드 역대 최연소 총리로 선출됐다. 2019년 12월 현재 세계 지도자 중에도 최연소다. 마린 총리를 포함한 핀란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라는 것, 그 중 4명이 30대라는 소식에 세계는 환호했다. 핀란드 내각은 19명 중 12명이 여성이고, 평균 나이는 47세다.

한국 유권자들은 유독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핀란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대한민국 정치에 대의를 맡긴 처지인 탓이다.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내각과 연정의 면면은 한국 정치 현실을 거듭 환기시켰다.

2000년 이후 38~52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한국 정치인들의 평균 나이는 임명 시점 기준 63.3세다. 이낙연 총리의 후임으로 최근 유력하게 거론된 인사 4명(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진표ㆍ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평균 나이는 만 69.5세다. 정계에서 차곡차곡 경륜과 신망을 쌓아 온 원로들이 총리 후보로 검토되는 것 자체가 이상 현상이라 할 순 없다. 문제는 남성 고령자가 우연히 총리 물망에 오른 게 아니라, 총리 후보군을 구성하는 정치권 전체가 ‘남성 노ㆍ장년’ 일색으로 구성된 현실이 만든 필연적 결과라는 점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도 노년, 장년, 청년의 조화나 성별 균형은 찾아보기 어렵다. 20대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2016년 당선 시점을 기준으로 만 55.5세다. 이들은 ‘남성 83%, 1인당 재산 41억원’의 정체성으로 요약된다. 정부도 비슷하다. 12월 현재 현직 장관의 평균 나이는 만 60.6세다.

핀란드 마린 총리의 등장 과정은 한국 정치권에 날카롭고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그는 27세 때 시의원에 선출돼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며, 3년 뒤엔 제1당인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올해 재선에 성공했고, 하반기엔 장관직도 역임했다. ‘하늘에서 별안간 떨어진 벼락 스타’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 정치에선 마린 의원도, 마린 총리도 나오기 어렵다. 장년의 법조인 등 엘리트 명망가 중심으로 정치인을 충원하고, 청년 당원은 인턴이나 행사요원으로 활용하다 방치하며, 정치인의 체계적 양성과 과감한 발탁에 무관심한 것이 한국 정치 풍토인 탓이다. 청와대나 정부를 거친 명망가를 자기 지역 국회의원으로 선호하는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도 젊은 정치의 발목을 잡는다.

바른정당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이지현 공유정치 대표는 “마린 총리는 20대부터 시의회에서부터 차곡차곡 경험을 쌓으며 사회변화를 자기 경험치로 만들어 왔다”며 “과연 우리 정당과 시민들에게 이런 기회를 충분히 열어두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렇게 누구든 쉽게 정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뿌리내려야 삶의 문제, 피부에 와 닿는 정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정치를 바꿔 보겠다는 선거제 개혁이 사실상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우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가는 “더 많은 정당의 원내 진입을 유도하고, 청년 여성 등의 진입 토대를 만들겠다는 선거제 개혁이 연초 ‘준연동형’으로 타협된 것으로도 모자라 최근 계속 후퇴수순을 밟았다”며 “국민의 얼굴과 닮은 국회를 만들어보겠다는 결의가 과연 우리 정치권에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대대적인 변화와 쇄신이 없는 한, ‘34세 여성총리’는 대한민국에는 당분간 오지 못할 미래라는 얘기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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