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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8] (오마이뉴스)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 다양한 차별경험 자원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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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9-27 11:29 조회1,1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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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 다양한 차별 경험 자원화해야"
 
 
 
 
차별의 경험은 다양하고 또 연결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조건과 놓인 상황에 따라 제도적으로, 일상적으로 다양한 차별을 경험한다. 한편으로 개인의 삶은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설명될 수 없기에, 차별경험은 복합적이며 연결되어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다양한 차별경험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너와 나의 차별이 결코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그렇기에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기자말

여성에게 정치는 어떤 공간일까?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기초단체장이 한 명도 배출되지 않은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정치영역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많은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여성들이 자신의 차별경험을 이야기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정치권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은, 지속되는 차별과 혐오에도 10년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고 국회와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더딘 정치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더 많은 여성들의,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와 경험이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함께 하고 있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혜만 활동가를 만나 여성정치운동과 차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성정치운동이 갖는 의미

- 간단한 자기소개와 활동단체소개, 그리고 최근의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해달라
"저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하 '여세연')이라는 여성정치운동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혜만이다. 여세연은 내년에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다들 들으면 놀라신다. 여세연은 1999년에 정치영역에 많은 여성들이 들어가야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여성연구자, 여성 민주화운동가 분들이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자고 모여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체명 같은 경우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로 계속 활동을 하다가 2014년도에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으로 명칭을 바꾸게 되었다. 연구소의 기능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단체의 정체성 등을 재정립하는 과도기적인 시기를 지내고 있다. 
 
여세연이 처음 했던 운동은 여성할당제 도입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할당제가 도입이 되었다해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았었고 지금도 그렇기에 그와 관련한 모니터링도 하고 공천과정에서 여성할당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2015년 말부터 여세연에서 상근을 하고 있는데 저희 같은 소규모 단체의 경우 대표단, 사무국 구성원에 따라서 활동방향이 많이 달라 진다. 지금은 여성대표성 관련하여 어떤 식으로 문제제기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여성 청년 대표성'에 대한 논의를 해보자고 이야기 되었고, 정치영역에서 남성문화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 연구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요즘 여성정치운동에 대하여 고민이 많다. 여성정치운동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매달 1만원을 여성단체에 후원할 수 있다면 다른 여성단체말고 여세연에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확신이 들지 않는다. 정치운동이라는게 참 중요한데 당장 누군가의 생사가 갈리는 그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스스로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운동이 되게 중요한데, 그럼 이 중요성을 설명할 언어들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지? 하는 고민이 함께 든다."

- 여성에게 정치란 공간은 어떤 곳인가?
"저희가 중점적으로 보는 영역은 의회정치영역이긴 하지만 그것이 여성정치영역의 전부는 아니다. 학내 경험을 떠올려보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안을 논의하는 대표자들이 남성 위주였다. 권력을 가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누구인가 생각했을 때 늘 '그들' 이었다. 미투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을 때 정치영역에서도 많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가시화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사실 정치계 미투운동을 해봐야겠다 생각해서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고 했지만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제보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정치영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여성들이 공천과정에서의 불합리함,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을 겪을 때 문제제기 할 수 없는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쉽지 않지만 정치계에서는 그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앞으로 정치를 못할 것이라는 각오가 있어야 가능하다. 공천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매우 어려운 것이 통상 공천과정은 주로 남성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있다. 안희정 재판결과를 보면서 정치계에서 미투를 고민하던 많은 사람들이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매우 걱정이 되었다. 정치인에 대한 미투는 그 사람에게만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정치인을 둘러싼 거대한 네트워크와 부딪쳐 보겠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이미 자원, 네트워크, 언어 등 모든 것이 남성중심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다. 감당해야 하는 것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 어렵다. 정치영역에서 여성들이 겪는 일들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영역에 여성은 국회의원뿐 아니라 여성 선거운동원 등 수많은 여성들이 있다. 이런 생활에서 밀접하게 만나는 정치영역 내 여성들의 이야기가 가시화되면 좋겠다."

나의 차별 경험을 자원화하기

- 시민사회 활동, 여성운동을 하면서 차별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있는가
"(시민사회영역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여성으로 활동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 적이 있다. 다른 단체의 어떤 인권교육하는 분의 문제적인 발언에 대하여 다른 여성활동가들과 문제제기한 적이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하여 그 단체에 비공개 의견서를 보냈다. 답변서가 왔는데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문제의 발언을 한 그 활동가와도 계속 협업을 하더라. 그 일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시민사회 활동을 계속 한다고 할 때, 나보다 연차가 낮은 활동가분들이 저한테 문제제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 할 때 긍정적인 답변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사회 안에서도 앞서 언급한 정치영역의 네트워크 같은 네트워크를 가진 일종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우리(시민사회) 안에도 이런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분명 존재한다. 이런 것에 대하여 어떻게 이야기해 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가령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활동가에게 나이가 많은 남성활동가가 '젊은, 여성'의 모습을 강요할 때. 그런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이라면 시민사회에서 평판이 좋지 않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 괜찮은 사람으로 회자되고 꾸준히 활동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 내부에서도 문제제기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누구에게 바꾸자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

- 한편으로 여성의 차별경험을 하나로 묶기에는 그 안에 굉장히 다양한 범주의 여성들이 있다.
"'장치영역에서의 여성대표성에 대해서 그동안 많이 이야기 하지 않았냐, 너무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 매몰되어 있지 않냐'라는 비판을 요새 받는다. 일견 맞는 비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영역에는 굉장히 다양한 여성들이 있다. 여성 정치인(국회의원 등)말고는 정치영역에 여성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영역에는 여성 보좌진도 있고 여성 당직자, 여성 당원 등 많은 이들이 있다.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어느 정당에서 당직선거에서 법적성별정정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입후보를 하였다. 그 분이 여성할당제 적용이 되느냐에 대하여 논의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 상 인정이 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했던 문제였다. 그때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논의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즘 일부 여성운동 내에서는 다른 소수자 운동과 선을 그으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것을 어떻게 보는가
"처음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때만 해도 지금처럼 사회가 여성주의나 여성학에 관심이 없었다. 대학원을 여성학으로 지원할 때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내 삶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마주하면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제가 여성운동, 인권운동하는 것을 보고 지인들이 '너 참 이타적이다, 착하다'라고 이야기 하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이기적이라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내가 차별받고 싶지 않아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싶지 않아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차별의 이야기를 듣고 연대하는 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내가 그러했듯 그들도 나의 이야기를 듣고, 연대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도 함께 잘 살 수 있으니까. 요즘의 난민혐오, 성소수자혐오의 분위기를 보면서 본인의 영역이 아닌 부분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이 맥락은 어디서 온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아직 깨닫지 못한 정체성을 있을 수 있다 생각하고 어느 순간은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갖게 되는 정체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이 올 때도 나는 차별받고 싶지 않다. 가까이 있는 가족들도 차별받지 않았으면 한다. 

여성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도 '내가 받은 차별의 경험을 어떻게 하면 자원화 하고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왜 일까. 깊은 고민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여성학을 공부하지 않고 여성주의를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슈들과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이들을 성급하게 판단했을 것 같다. 한 정당의 당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성소수자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여성이슈가 생겼을 때 여성이 아닌 다른 당원들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다고 말했을 때 놀란 기억이 있다. 그들은 잘 몰랐지만 지금이라도 알아가고 이해해보려 한다고 말해주었다. 백퍼센트 입장이 같진 않았지만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 차별경험의 자원화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 줄 수 있나.
"인권운동, 여성운동 전면에 간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학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처리되는 것을 지켜보기 전까지는 사회가 쉽게 정의롭게 되는 줄 알았다. 문제제기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그 이후 여성운동은 쳐다 보지도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 그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더라. 그럼 내가 해보자라고 마음먹은 것을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이것을 '자원화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해야 했다. 자원화라는게 스스로의 지난 운동을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제정운동에 함께 한다는 것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재출범하고 여세연도 합류하셨는데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작은 단체이다 보니 요즘 고민이 연대활동이다. 많은 연대활동들에 적극적으로 활동못하는 일이 많다. 차제연같은 경우도 다른 연대활동에 합류한 것과 비슷한 이유인데 그냥 당연히 함께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활동가 입장에서 낙태죄, 선거제도 개혁 등등 수많은 연대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자주 나가지 못하더라도 회의나 워크샵에 갔을 때 편안한 느낌이었다."

-여성정치운동에 있어서 혹은 혜만님 개인에게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함께 하는 것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각자가 해왔던 운동이(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발전적인 논의로 갈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예정님은 천주교 인권위원회 활동가입니다. 기고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 equalityact.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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