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16] (베이비뉴스) “임신중지 허용하면 무분별 임신? 지극히 남성중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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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8-09-27 11:08 조회2,3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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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저희는 엊그제 서부지법 앞에서 ‘안희정이 무죄면 사법부가 유죄다. 사법정의는 죽었다’는 말을 외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에 헌재 앞에서 와서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매우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이런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권위입니다. 권위 있는 자는 불편을 느끼지 못합니다. 여성들만 왜 늘 호소하고 감수해야 합니까.”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판결을 다음 기수로 미루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자 학자들이 뜨거운 여름의 거리로 나섰다. 지난 14일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재판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높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형법 제270조, 제269조에 명시된 낙태죄 헌법소원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429명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양현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권수현 젠더정치 연구자, 김은희 젠더법학·사회학 연구자,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참석해 발언을 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문을 논거로 들어 낙태죄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맘충' 비난 방조하면서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
소수자 인권과 법여성학 분야를 연구해온 양현아 교수는 “낙태 금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의 전방위적인 운명통제권과 관련이 있다”면서 낙태 여부를 본인이 결정하지 못하고 국가가 법으로 강요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아의 생명은 잉태한다고 출산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보살핌 속에서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라면서 “국가는 존엄사와 장기기증에서 통용되는 생명에 대한 형성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미 교수는 낙태 선택을 둘러싼 한국 사회를 “어떤 사람이 자기 몸에서 일어난 변화에 말하지도 못하고, 어떤 의료적 선택을 할 수도 없고, 선택에 대해서 성적 차별을 받게 된다면 우리는 이런 나라를 전체주의 국가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여성들을 모욕하고 벌주고 감옥에 가두고 하는 모든 국가의 역량은 이제 다른 곳에 쓰여야 한다”며 “국가의 역량은 모든 개인이 어릴 때부터 성과 관련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성평등적인 인권교육에 힘을 기울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몇몇 종교단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성 종교와 제도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죄악시 하고 여성을 물질적인 욕구에 사로잡힌 사람이라고 폄하하지 말고 여성의 몸 인격성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가 그 권위와 권력으로 모든 사람들의 영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종교가 바로 그 자체의 종교적 영성을 회복하여 이런 문제에서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로 나가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임신한 청소년의 학습권도 보장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에게 부도덕한 여성이라는 낙인을 씌우고, 한부모 가정 자녀에게 비정상 가족이라는 낙인을 씌우고,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에게 책임감이 없다 비난하고, 전업주부를 '맘충'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묵인 방조하면서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를 맡고 있는 권수현 젠더정치 연구자는 박정희 정권 당시 산아제한을 이유로 국가에서 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권 부대표는 “낙태 합법과 불법을 결정하는 국가는 그저 인구가 많아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은희 젠더법학·사회학 연구자는 사법부의 안희정 전 지사 무죄 판결을 들어 “여성들에게 제도적인 절차를 통해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성의 의견은 사회적 합의와 여론에서 선택되지 못했다”고 강조하면서, 낙태죄 위헌 판결에서 국민의 법감정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 “태아의 생명 대 여성의 자기결정이란 이분법은 허구적”
기자회견 후에 이들은 낙태죄 헌법소원에 대하여 공동제안자 및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의견서는 권김현영·신경아·이나영·홍성수 교수 등 교수·연구자 429명의 서명 명단을 담았다.
이날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들은 “낙태죄에 대한 태아의 생명 대 임산부의 건강 내지 여성의 자기결정이라는 보호법익론은 형식적이고 허구적”이라며 “이분법은 임부의 낙태를 마치 태아의 생명을 말살하는 비윤리적 행위인 것처럼 그려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신중지의 허용은 무분별한 임신과 임신중지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지극히 남성 중심적 사유”라고 낙태죄 폐지반대 입장을 비판하면서 “국가는 그저 형법상의 임신중지 금지만을 선언했을 뿐 성평등, 출산교육, 임산부 지원 등 체계 구축의 노력을 방기해왔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 위헌결정과 2015년 간통죄 위헌결정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해당 조문의 위헌성의 그 주요 논거로 인정했다. 이들은 선례를 이유로 들어 “그 결과 발생할 수 있는 광범위한 여성들의 ‘출산을 의도하지 않은 임신’에 관해 낙태죄를 적용하는 것의 모순에 대해서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로지 남성과 법적으로 관계된 ‘정상 가족’을 이루었을 때, 우리 사회와 국가는 그때에야 여성들에게 출산의 권리 아닌 권리만을 부여했다”면서, “비혼, 저소득층,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도 원할 경우 사회적 낙인 없이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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