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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 졸속 통과, 국회는 제대로 된 법으로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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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3-12 15:47 조회9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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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 졸속 통과, 국회는 제대로 된 법으로 응답하라

 

2020년 3월 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텔레그램 내 성착취 문제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20만명을 넘긴지 40여일만이다. 또한 국회 입법청원이 10만명을 넘겨 국민 청원 ‘1호 법안’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의 성착취 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에 국회가 응답하였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미흡하고 졸속적인 대응이다.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은 “특정 인물의 신체 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하는 등의 소위 ‘딥페이크’를 제작·반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동시에 영리를 목적으로 반포하는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성폭력특별법의 사각지대의 있었던 영상물 등의 편집·합성 또는 가공의 행위 및 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특히 영리를 목적의 행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텔레그램 내 성착취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텔레그램 내 성착취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는 디지털 기반 성착취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이에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텔레그램을 비롯한 디지털 기반 성착취를 종식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성적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

텔레그램 내 성착취 방의 시작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와 성적 이미지를 빌미로 유포 협박을 하면서였다. 가해자들은 경찰 등을 사칭해 피해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받아내고 신상을 털고 협박해 성착취 영상 촬영을 강요했다. 한번 시작된 성착취 영상 촬영 강요는 유포 협박을 통해 반복됐다. 실제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디지털 기반 성폭력 피해지원단체의 상담사례 중 유포협박이 30.1%에 이른다. 가해자는 성적 이미지를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하면서 피해자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조정하고 피해자는 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해자의 요구에 계속 따르게 된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점점 더 심각한 범죄에 노출된다. 그러나 문제는 사안의 심각성에 반해 수사기관은 실제 유포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것과 제대로 된 법적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유포협박을 처벌할 수도, 유포 행위를 예방하거나 방지할 억제력도 없다는 것이다.

 

2. 성적 이미지를 텔레그램방 등 온라인에 전시하거나 공유하는 경우 ‘집단 성폭력’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가중처벌해야 한다.

디지털 기반 성착취의 문제는 영상물을 직접 제작·유포하는 1차 가해자 외에도 이를 함께 관람·소지하고 배포하는 2차 가해자들 때문에 피해의 심각성과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된다는 데 있다. 성폭력처벌법의 제4조 제1항은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의 죄를 범한 것을 특수강간으로 명명하고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성착취는 1차 가해자가 제작한 성적 촬영물 및 이미지를 불특정 다수가 함께 관람하고 재촬영을 공모하기 때문에 ‘집단성폭력’의 성격을 갖는다.

 

3. 불법촬영물 소지죄의 처벌이 필요하다.

동의 없이 유포된 성적 촬영물의 소비 및 소지를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웹하드 카르텔은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불법 촬영물의 광범위한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적 차원에서 소비 및 소지도 함께 처벌되어야 한다. 불법촬영물은 이를 직접 촬영하고 배포한 자가 아니더라도 반복적인 소비 자체로 범죄가 확산·악화되며 대규모의 2차 가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4. 불법 촬영물 삭제에 불응하였을 경우 처벌되어야 한다.

현행법상 가해자는 수사중에 있더라도 피해촬영물을 삭제할 의무가 없다. 피해자는 영상 삭제 또는 2차 가해 행위 중단을 목적으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수사관은 해당 전자기기에서 피해촬영물을 발견하더라도 삭제를 강제할 수 없고 권고만 할 수 있다. 또 가해자는 피해촬영물을 해당 기기 외 온라인 저장공간에 업로드하곤 하는데 수사관이 이를 압수수색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가해자는 수사를 받더라도 피해촬영물은 계속 삭제되지 않은 채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고 가해자의 가해 행위는 지속된다.

 

5.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가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며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되어야 한다.

지난해 윤소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해당 발의안에는 “촬영물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유포등이 된 경우에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불법 촬영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발견 즉시 삭제 또는 전송 방지나 중단 등의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 통과한 개정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누락되었다. 우리는 지난 ‘소라넷’과 웹하드카르텔, 성매매알선사이트의 사례에서 보아왔듯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단순히 온라인 공간만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불법 행위가 일어나게끔 공모하고 권장하는 등 디지털 기반 성착취의 핵심에 있다.

 

6. 성폭력 범죄의 구성요건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에서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신체를 성적으로 침해하는’ 모든 행위로 확대하여야 한다.

현행 성폭력 범죄의 구성은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 적용은 여성이 느끼는 모욕이나 성적 수치심의 맥락은 고려되지 않고 전형적으로 남성문화가 성적 욕망을 유발한다고 여겨온 특정 신체 부위의 노출 여부만을 놓고 판단할 뿐이다. 또 성폭력 범죄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은 무한히 변주가 가능한 양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상 사진에 성적 대상화가 나타나거나 성기가 보이지 않은 화장실 몰카 같은 촬영물은 현행법상으로 처벌하기 어려워진다.

 

7.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개념규정과 형법상 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

그루밍은 통상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착취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길들이기 과정을 말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이를 활용하여 아동 청소년에 대하여 성착취를 하는 것을 온라인 그루밍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행법상 아동 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 범죄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이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정서적 학대 행위로 법적용을 시도할 수 있으나 온라인 그루밍 자체에 대한 처벌법을 도입하여야 한다. 즉 온라인으로 아동 청소년에게 성적 의도가 담긴 대화를 요구하는 행위, 나체 등 성적인 사진 등을 전송 요구하는 행위 등을 범죄화하여 처벌하는 법이 필요하다.

 

10만 명의 청원자들의 분노와 입법 요구의 결과가 고작 이번 개정 법안 하나여서는 안 된다. 텔레그램 내 성착취 문제는 텔레그램이라는 특정 플랫폼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남성문화, 즉 여성에 대한 성착취를 통해 완성되는 남성 성착취 문화와 연결된 것이기에 더욱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10만 국민의 열망이 담긴 1호 국민동의 청원에 대해 제대로 된 입법으로 응답해야 한다. 공대위는 이번 성폭력처벌법 개정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의 피해자들과 모든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법이 제대로 마련되도록 끝까지 외칠 것이다.

 

2020년 3월 11일

 

한국여성단체연합 ·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탁틴내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KAIST 여성주의 연구회 마고, 광명여성의전화, 군포탁틴내일, 김포여성상담센터, 김포여성의전화, 다시함께상담센터,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불꽃페미액션, 수원여성의전화, 숙명여자대학교 중앙여성학 동아리 SFA, 십대여성인권센터, 오픈페미니즘, 위티, 익산여성의전화, 인천여성의전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녹지>>, 찍는페미, 천안여성의전화,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출판사 봄알람, 한국여성의전화, 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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