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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거대 양당 기득권 남성 의원들의 반개혁적 전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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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3-04-17 16:10 조회3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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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기득권 남성 의원들의 반개혁적 전원위원회
젠더 관점이 부재한 전원위원회에 부쳐
 
지난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 동안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선거제 개편 합의안 마련을 목표로 20년 만에 개최된 전원위였으나 실상은 ‘20년 만에 개최’라는 의미만 있을 뿐 합의를 위한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1. 거대정당이 발언권 독점, 전원위원회 구성부터 반개혁적 
김영주 국회 전원위원회 위원장은 전원위 개최에 앞서 운영방식을 발표하며 “비교섭단체 및 무소속 국회의원 누구나 참여해서 선거제도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하였다. 하지만 여야 간사가 합의해 발표한 발언 의원수는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54명, 국민의힘 38명, 비교섭단체(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무소속) 8명이 발언대에 올랐다. 의석의 95%를 차지하는 거대양당 소속 의원들이 전체 발언의 92%를 차지했다. 
이미 과대대표되고 있는 기득권 정당들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발언권마저 독점했다. 현재의 선거제도가 다수의 시민들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선거제도 논의에서는 그동안 대표되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이야기될 수 있어야 했지만 기득권 정당들은 이번에도 그러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손해보지 않는 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는 선거제도 변경안을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전원위원회 구성 자체가 개혁을 담보하지 못하니 의원들의 발언 또한 개혁성을 탈각했다. 
 
2. 구성원의 성별균형도 고려하지 못하는 무능력 
거대 양당은 전원위원회 발언 의원을 선정할 때 성별 대표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전원위원회 발언 의원들 중 민주당 54명 중 여성 7명(13%), 국민의힘 38명 중 여성 6명(15.8%)으로 각 당의 여성의원 비율(더불어민주당 16%, 국민의힘 18.3%)보다 적었다.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와 방향이 그간 대변되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면 최소한 거대양당은 저대표된 집단으로서 여성의 요구가 더 많이 이야기될 수 있도록 발언자를 구성해야 했다. 더욱이 100명의 발언자 중 선거제도 개혁에 있어 여성대표성에 초점을 두고 발언한 의원은 단 한 명이었으며, 성별균형 공천을 언급한 의원은 세 명뿐이었다. 
전위위원회 구성에 있어 성별균형에 대한 고려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있어 여성대표성 향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현실은 한국정치가 그만큼 남성성을 기준으로 구성된 조직이자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 다수 의원들이 남성 중심적인 정치 문화와 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조차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와 함께 젠더관점이나 성별균형 대표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국회 내에 부재한 점도 지적될 필요가 있다. 회의에 배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그리고 양당 추천 선거제도 관련 전문가 모두 남성이다. 과거 정개특위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남성의 공무담임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형평성을 근거로 여성 대표성 확대와 성별 균형 공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을 고려했을 때(2022년 1월 4일, 2월 24일 자 성명 참조)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있어 젠더 관점을 담지하고 있는 전문가의 배석이 필요하다. 
 
3. 의원정수 300명 유지 결정은 거대양당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담합 
이번 전원위원회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에 포함된 3가지 안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결의안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소선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하고 있다. 
양당만의 합의로 결의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정치 다양성 증진이라는 선거제 개혁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3가지 안 모두 의원정수 300명 유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양당이 독점하는 정당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통한 의원정수 확대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의원정수 확대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설득하기보다는 “국민이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한다”는 여론을 앞세워 의원정수 확대 토론 자체를 틀어막았다. 국회에 대한 시민의 불신은 거대양당 국회의원들이 만든 것이고, 거대양당은 이러한 정치혐오에 기대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왔다. 의원정수 300명 유지를 전제로 제시된 세 개의 안들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4. 공천의 성별균형을 강제하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
이번 전원위원회에서의 일부 의원들은 의원정수 축소 주장과 함께 공천의 비민주성과 국민의 불신을 근거로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거나 개방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주장하였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취지에 맞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거나 공천 과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한 탓을 비례대표제 자체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의 불비례성을 보정하며 사회적 소수자의 정치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비례대표제가 여성할당제와 결합해 작동하면서 한국 국회의 다양성을 부분적으로나마 보장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럼에도 비례대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에서 여성과 소수자에게 어떠한 대표성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는, 이성애 남성 기득권 지키기와 다르지 않다. 중년 남성으로 대표되는 국회가 본인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여론을 핑계로 비례대표제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례대표의 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방향의 개혁을 원하기는 하는 건지,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 의사의 비례성 보장과 대표의 다양성 확대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 논의에 있어 젠더관점이 시작부터 끝까지 관철되어야 한다. 지역구 후보공천에서 여성대표성을 어떻게 확대하고 보장할 것인지, 개방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있어서도 성별균형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성별균형 보장은 대표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시작이자 기초로서 현재의 이성애·비장애인·중장년 중심의 과도한 남성 대표성을 해체하고, 청년·장애인·노동자·이주민·성소수자 등 소수집단의 정치대표성 확대를 견인할 수 있는 장치이다.
 
여야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6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였다. 지금까지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기득권 거대정당들의 남성들이 어떻게 하면 권력을 더 연장하고 확장할 것인가에 골몰한 모양새였다. 앞으로의 논의는 달라야 한다. 기득권 거대정당 소속 의원들이 과대대표된 전원위원회 방식이 아니라 소수정당과 소수집단이 참여해 발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성별균형 원칙에 기초해 발언자들을 구성함으로써 여성들의 요구가 충분히 이야기될 수 있어야 한다. 성평등한 참여와 논의,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개특위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왔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선거제도 개혁이 성평등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2023년 4월 17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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