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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2] 6월 책모임 작가와의 대화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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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20-06-23 12:54 조회1,0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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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여름 동안 함께하는 시운입니다. 어제(6월 22일)는 책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의 저자 장영은 작가님을 모시고 6월 책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분이 참여해주셔서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감동적인 자리를 만들었어요.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는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직업 작가로서 사는 내내 치열하게 글에 매달린 여성 작가 25인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님 설명에 따르면, 그들은 세상과 불화한 작가들이었습니다. 여성이 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세상의 손가락질과 미움, 음모와 소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인은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한국, 그리고 세계에는 자기가 쓴 글로 사회에 영향을 미친 위대한 여성 작가가 많은데, 그들을 묘사하고 규정하는 방식은 천편일률적입니다. 장영은 작가님은 세상이 여성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고, 그들의 삶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에서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내셨습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쓰다 미쳐서 죽었다는 식으로 많이 이야기됩니다.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잘 들여다보면, 그에게는 글이 살아가는 이유였는데 전쟁으로 인해 살아온 도시가 파괴되고, 글을 더는 쓰지 못하게 되자 삶의 이유가 사라졌다는 해석을 내릴 수 있습니다. 즉, “글을 쓰다 미쳐서 죽었다”는 평가는 여성을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여성혐오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렇게 여성 작가를 축소, 평가절하하던 그간의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의 글에 천착해 작가의 삶을 읽어낸 작가님의 시도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편, 작가님은 이 책이 단순히 그들의 위대한 삶을 보여주는 위인전으로 이해되는 걸 경계하셨습니다. 사회가 여성 작가의 삶을 규정하는 방식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폭력적인 시각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글에는 사회의 편견과 혐오에 맞서온 역사가 담겨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독자인 저희는 그들의 글을 읽으며 약자와 소수자로서의 내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내 이야기를 쓰고, 남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는 건데요. 위대한 작가들을 내 삶과 떨어진 위인의 삶으로 읽지 말고, 그들의 인생에서 내 이야기를 발견하며 읽어보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모든 글은 ‘자기 서사’에 기반합니다. 허구의 소설을 창작하더라도 아는 이야기를 쓰게 되지, 모르는 이야기를 아는 것처럼 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님 말씀에 따르면 글은 치유이기보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고통스럽고 화나는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나, 잘못을 정당화하고 변명하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니까요. 작가님의 말을 들으며 사람은 아프고 힘들더라도 글쓰기를 통해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가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우리 모두 글을 열망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설명이 끝나고 나서, 돌아가며 각자의 고민과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작가님은 25인의 여성 작가를 설명하며, 각각의 작가에게 “글쓰는 여자는 OO한다”는 문구를 붙였습니다. 참여자분이 작가님 스스로에게는 어떤 문구를 붙이고 싶냐는 질문을 하셨는데, 작가님은 “글쓰는 여자는 호기심이 많다”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작가님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지켜보는 것이 항상 궁금한데, 그 ‘예측불가능성’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다른 참여자분은 현재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글쓰기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도 하셨습니다. 작가님은 여성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페미니즘의 하나라고 대답하셨는데요. 여성이 자기 삶을 직접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는 행위는 여성을 억누르는 사회에 맞서는 것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한국의 현실은 절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럴수록 나를 만들고 변화시킨 순간들에 대해 많이 써봤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각자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고,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모임이 끝나고 나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사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빈 종이 앞에서 포기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글의 첫 줄을 시작할 때, 이 글이 어떻게 끝날지 자기도 모르니까 너무 재밌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일단 강박에서 벗어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글의 첫 줄을 일단 시작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책모임은 7, 8월에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고 9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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