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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도지사와 군수의 위력 성폭력에 맞서다"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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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세연 작성일19-07-02 11:13 조회9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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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제는 공공연하게 "나는 정치할거다"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과연 정치를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글쎄."였다.

내가 나고 자란 동네는, 여느 시골처럼 좁았다. 친척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대 째 살고 있는 곳이었다. 가족으로 얽히거나 학교 동창, 선후배로 얽히거나. 타지에서 시집 온 여자들을 제외하고는, 다 아는 사이나 다름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택시기사는 큰아버지 친구이고, 주민등록증 발급하러 간 읍사무소 직원은 아빠 동창이고, 공항 보안검색대 직원은 내 친구이고, 지역구 국회의원은 담임선생님의 오빠이고, 지역경찰은 아빠 선배이고. 그렇게 좁은 지역에서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인간관계는 정치하는데 있어 분명히 플러스 요소이겠지만, 나처럼 반대를 외치는 ‘반동분자’에게는 분명히 마이너스 요소일 것이다. 그 지역을 탄탄히 잡고 있는 중심 세력이란게 있고, 나는 거기에 계속해서 균열을 내고 무너뜨리려고 하는 세력(이라기엔 미약하지만)일테니, 심한 저항을 받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가서 정치를 할 수 있을까라고 묻게 되면, “글쎄. 굉장히 어렵지 않을까.”라고 답할 수밖에.

지난 19일(수),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마련한 “도지사와 군수의 위력 성폭력에 맞서다”에서 그 ‘굉장히 어려운 일’을 들을 수 있었다.

전남여성시설복지협의회의 백영남 선생님이 함평군수의 성폭력 사건을 대응했던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 ‘군’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이 잘 드러났다. 군수가 2선을 하면서 농민 보조금과 같은 사업비나 인사권을 맘대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농민회뿐만 아니라 공무원 노조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퇴와 처벌을 촉구하는 ‘반대세력’을 포섭하기 위해 사업 보조비로 회유를 하고,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사업비를 주며 합의를 하고. 군수가 지역의 사업을 손에 쥐고 있다보니, 항의를 하고 싶어도 다 발목이 잡혀서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백영남 선생님은 “지역에서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에 지역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어려워했다. 군수가 보조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담소에 보조금을 안줌으로써 발목 잡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전남시설연합회에서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함평 군수 아들이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자격이 없는데도 1억 7천만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받았고. 그 보조금을 받으려 군수 비서실장과 짠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았다. 근데 그 군수 비서실장이 함평 군수의 또 다른 아들이라는 것이다. 한명이 비서실장이고, 다른 한명은 보조금 1억 7천을 받고. 그렇게 서로 ‘짜고 치며’ 군의 사업비를 사용했음에도 군수를 계속 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한다. 그 지역의 정치라는 것이 ‘서로 짜고 치는 플레이’인 것이고, 모든 것을 쥔 그 권력을 견제할 세력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 지역의 기자들까지도.

처음에 함평군수 사건 보도가 좀 되다가 기사들이 하나 둘씩 내려가는, 지역이 미투운동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지역의 카르텔이 너무나 공고한 나머지 기자들도 포섭이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성폭력상담소의 오매 부소장님은 제주도 농협 조합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유사하다고 이야기했다. 1심 유죄판결이 2심에서 무죄가 되어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이 되었는데, 모든 지역의 언론들이 그 조합장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드디어 무죄”라고 보도해줌으로써 이 조합장의 명예를 대신 회복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 위력이라는 것은, 그 권력 구조에 편입한 구성원들이 열심히 나서서 그 카르텔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줘서, 그 누가 먼저 나서서 깨부술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좁은 지역의 카르텔에 균열을 내기가 쉽지 않음에도, 함평군수와 장성군수 사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이 운동의 싸움과 연대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남의 경우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대응하기 보다는 사회복지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단계였고 여성운동 경험이 부족했다고 했다. 함평군수 사건이 여성운동의 시발점이었다고. 발언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던 그 곳에서 무려 열세번의 집회를 열고, 날마다 1인 시위를 하고, 거리 행진을 하고. 백영남 선생님은 그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명서도 못냈던 안타깝고 양심에 불편함을 느꼈던 순간들을 지나, 함평 군수 사건으로 터지고 나니 악을 쓰며 움직이게 되었다고 했다. 왜 악을 썼을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런 운동을 안해서,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다는걸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한다. 그런데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지역 안에서 가해자를 옹호했던 세력이 줄어드는 것을 봤고, 드러내놓고 공론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때로는 여성주의적이지 않은 연대 단체와의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끝장문화제를 열었을 때는 과거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가 여성에 대한 차별 발언을 하기도 했고, 그에 항의하는 여성단체에게 “이런 여자들이”하면서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함평군수에 대한 싸움을 해나가는 동시에 그 연대체 안에서 차별발언을 하는 사람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고 백영남 선생님은 말했다.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매일같이 이야기를 하고나니 그 분들이 정말로 바뀌더라-라고 말하는 선생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선생님은 두 시간 내내 지역은 여성운동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갖고 계신 그 힘을 보아 전혀 부족함이 없으셨다.

“전남에서는 작년 12월에 김용호 사건이 있었어요. ‘나는 이때까지 여성의원을 모셔본 적이 없다’면서 상임위원장이 된 여성의원을 무시하고 차별적인 발언하면서 명패를 발로 찼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우리가 주관한 토론에서 사회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의원들이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노력해야한다고 하는 거에요. 여성 할당제나 조직이 바뀌기 위해서는, 여성들 자신이 바뀌어야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안병호나 유두석 사건이 똑같은 맥락의 문제다. 이런 고민을 했어요. 이런 조직이나 정치권력 세력이나 여성의 힘이 부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남미투운동시민행동이 이런 것들을 개선해나가기 위해서 만들어졌거든요. 이 부분을 가지고 우리는 정치인들의 인식이나, 우리가 생각하는 의식들을 바꿔가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죠.”

여세연에서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담긴 백영남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정치영역에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의 현실을 이야기할 때마다 개인의 노력 문제로 몰아간다. 그런데, 저렇게 남성들의 카르텔이 공고한 곳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권력에서 배제되지 않고, 피해받지 않고, 온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을까를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정치권에 더 많은 여성이 들어가고, 남성들만의 공고한 카르텔에 균열을 내야 한다.

안희정 사건을 가해자와의 불륜이고 안희정에 대한 불만세력의 공작으로 몰아간 것처럼, 함평군수 사건도 선거에 떨어뜨리기 위한 공작이고 상대후보가 매수한 미투에 편승한 정치적 음해세력이라고 몰아갔다. 장성군수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웃는 사진을 전파하면서 저게 성폭력 당한 사람의 얼굴이 맞냐며 ‘피해자다움’을 따져 물었다. 이런 정치인들은 절대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조만간 대법원에서 안희정 사건 판결을 내린다. 유죄판결로 이 낡고 차별적인 정치도 끝났음을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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